지난 3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에서 개최될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법보다 인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무시하고 본질에서 동떨어진 이러한 발언에 강력히 항의한다.

그 동안 일본군‘위안부’피해자와 정대협은 일본정부에게 일본군‘위안부’ 범죄를 밝히고 그 범죄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해왔다. 일본군‘위안부’문제는 당시 일본국가가 관리해 자행한 제도적인 범죄이며 일본정부가 국가 책임 인정하에서 법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여전히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이 결국 실패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아니라 민간에 책임을 돌려버린 ‘인도적 지원’으로써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8월 30일, 한일 양국간의 현안이었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한국 헌법재판소는 획기적인 결정을 내려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의해서 이들의 권리가 다루어졌는지에 관하여 한일 간에 분쟁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럼에도 협정 제3조가 정하는 분쟁해결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태도는 위헌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에게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협의를 두 번에 걸쳐 제의했고, 12월 1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노다 수상에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3.1절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거론해 “일본군대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문제라며, “이분들이 마음에 품은 한을 살아 생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헌재 결정을 환영하면서 한국정부의 재빠른 대응을 지켜봤지만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의 무지를 들어냄과 동시에 헌재판결 이후 정부의 한일협정 TF팀의 대응에 찬물을 뒤집어쓰고 과거의 실패를 또다시 반복할 여지를 띠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덧붙여 “일본이 1965년 합의(한일협정)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원래 65년엔 군 위안부 문제가 없었다.”며 “합의되고 20년 정도 지나서 위안부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법률에 얽매이지 말고 인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이것은 끝까지 법적인 배상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정부 입장에 가담하는 위험한 태도이며 피해자 측에 서야 하는 한국정부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다. “법률이 아니라 인도적 해결”을 운운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마지막 희망이 된 헌재 결정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피해자들에게 큰 실망을 주는 짓이다.
이미 헌재 결정 발표 후 6개월 이상 지났지만 일본정부의 태로는 변함이 없고 그 사이에 많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들과 우리들의 인내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책임한 발언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해결이 무엇인지 보다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공식으로 명확히 촉구하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양자협의 제안에 아직도 응답을 피하고 있는 일본정부에게 중재 회부를 포함한 다음 단계의 대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3월 말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 동안 응답을 회피해온 것에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해결을 하루빨리 안아줄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2/3/12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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